한남동 치즈플로 Cheese Flo
한남동 리움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뭘 먹을까 어슬렁 어슬렁 한남동 골목을 거닐다가 예전에 한국에서 직접 치즈를 만드신다는 조장현 셰프님의 치즈플로가 있다는게 생각이 났다. 주말이라 근처 식당들은 거의 웨이팅이 있었는데 이 곳은 운좋게 웨이팅이 없어보여서 바로 들어가 식사가능하냐 여쭤봤더니 다행히 2명은 가능하다고 말씀 주셔서 바로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맛집 인증마크 블루리본서베이도 보이고 예전에 조장현 셰프님에 대한 영상을 인상깊게 봤던지라 그 분이 만드신 치즈는 과연 어떠한 맛일지 궁금함을 갖고 매장으로 입장했다.
매장내부 컨셉
매장 내부는 화이트 & 우드로 깔끔한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치즈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2020년에 집필한 집에서 즐기는 치즈 라는 책이 보였다. 치즈에 대한 열정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던 매장 입구. 과학실험실처럼 치즈를 만드는 공간이 보였고 프로슈토 같은 염장육도 취급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살적 좋은 치즈와 좋은 햄을 빵사이에 끼워 먹는 파니니는 우리나라 김밥같은 느낌으로 취급이 될 만큼 대중적인 유럽음식이다.
메뉴 구성
메뉴는 치즈플레이트 파스타 육류요리 디저트까지 치즈전문점이지만 양식전문점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메뉴가 다양하다.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세트메뉴 요리도 있으니 도전해보면 좋겠다. 오늘의 방문은 일행과 양꼬치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기에 가볍게 먹자는 결론을 내리고 단품요리를 여러개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메뉴를 쭉 훑어보는데 세트메뉴에 빠지지 않는 부라타 치즈가 보였다. 그래서 부라타 치즈를 꼭 먹어봐야지 싶었는데 파스타 메뉴에 스트라치아텔라 치즈가 있는게 아닌가!! 부라타 치즈 속에 들어있는 치즈라고 보면 되겠다. 모짜렐라 치즈를 생크림과 소금을 이용해 차갑게 먹는 치즈요리인데 매콤한 은두야 토마토소스와 어울리는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주의 대표적인 치즈. 식전수프 파스타 치즈플레이트 블루치즈아이스크림 4종류를 주문했다.
식전수프 차가운 토마토수프
가스파쵸 같은 느낌의 깔끔한 수프. 메뉴하나를 주문했는데도 2명의 인원수에 맞게 정성스레 담아주셨다. 더운 여름날 입맛을 돌게하는 새콤하면서도 치즈전문점 답게 치즈와 허브오일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계절마다 바뀌는 메뉴처럼 보였는데 다음에도 방문하면 무조건 시키고 싶은 메뉴였다.
치즈플레이트 2인
트리플 크림브리치즈와 프랑스 꽁떼 치즈 그리고 금귤 마멀레이드와 오디쨈 얼그레이 스프레드 위에 견과류가 흩뿌려져 나오는 플레이트. 여쭤보니 이 곳의 시그니쳐 치즈인 트리플 크림 브리치즈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브리치즈 공정에 생크림 함량을 높여 부드러운 맛을 더했다고 한다. 꽁떼 치즈 같은 경우는 프랑스에서 직수입하는 치즈를 내어주시는데 프랑스 동부 스위스와 인접한 지역에서 나오는 치즈라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치즈 중 하나라고 했는데 처음 먹었는데 아주 좋았다 . 금귤 마멀레이드와 오디쨈이 더 필요하면 주신다고 하셨는데 맛이 좋아 더 받아 먹었다는 후문.
은두야 스트라치아텔라 토마토소스 파스타
워낙 파스타를 좋아하지만 이건 취향 저격이다. 은두야 라는 살루미는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 지역의 대표 음식인데 염장 햄에 매콤함을 더하여 먹다보면 한국의 느낌이 풍겨온다. 토마토 소스와 궁합이 꽤나 좋은데, 그 지역의 대표 치즈인 스트라치아텔라 치즈를 위에 듬뿍 올려 나온 한접시의 파스타를 먹으니 와이프와 함께 방문했던 이탈리아 남부의 여행이 스치웠다. 치즈맛집인줄 알았는데 요리도 상당히 수준급이라 놀랐다. 그렇다 좋은 서양요리의 기본은 훌륭한 치즈에서 부터 시작된다는 걸 다시금 느껴본다.
빵과 치즈 스프레드
사실 빵을 시킬 마음은 없었는데 파스타 소스가 맛도 좋고 치즈맛이 좋아 치즈스프레드가 함께 나온다는 이 메뉴를 도저히 한시킬수가 없더라고. 마침 치즈플레이트에 나왔던 금귤절임과 오디쨈을 추가로 주셔서 따뜻하게 나온 빵과 곁들여 먹었다. 맛을 보니 특유의 구수함이 있어 프랑스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파스타 소스를 닦아먹는 용도로도 먹어보고 스프레드를 올려도 먹어보고 다양한 조합으로 먹을 수 있어서 재미있던 메뉴. 이건 추천하고 싶다 .
블루치즈 아이스크림
이 메뉴는 사실 큰 기대없이 시켰는데 파인다이닝에서 나올법한 비주얼과 맛에 다음엔 이곳의 코스요리를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주었던 메뉴. 휘낭시에와 블루치즈 세미프레도 아이스크림 그리고 절인과일을 곁들인 치즈아이스크림까지 위에 올려진 비스켓처럼 보이는 건 누룽지다. 프랑스 느낌 잔뜩 풍기면서 누룽지로 그래도 여긴 한국이다 라는 방점을 찍어주는 멋진 후식. 가격도 착하고 맛은 더욱 좋았고 호불호가 강하게 나뉠 수 있는 블루치즈인데 은은한 향으로 느껴져 별로 이 치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블루치즈를 좋아하여 맛있게 먹었다.
조장현 셰프님이 나온 영상을 보다가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었다. 대기업을 다니시다가 요식업계에 뛰어드셨는데 처음에 오픈했던 이탈리안 식당이 잘되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너무 많이 타는게 느껴져 조금더 본질적이면서 시대를 타지않는 음식이 뭘까? 고민하시다가 선택한게 치즈라고 하셨다.
그 말이 너무 와닿아 기억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음식을 먹어보니 치즈와 함께 곁들여 먹는 음식 그리고 이탈리안 푸드에 진심이 느껴졌던 공간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치즈를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다. 비싼 원유값 때문인데 그러한 악조건을 이겨내며 치즈장인의 길을 걷고 계신 치즈플로의 셰프님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 노하우는 내가 알 수 없지만프랑스산 생크림과 국내산 버크셔로 만드는 음식들을 보며 한국에서 나오는 재료로도 충분히 멋진 서양음식을 만들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느껴갈 수 있었다.
다음에 리움미술관 이라던가 한남동에 들를일이 있으면 생각날 것 같은 식당 ^^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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