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지 막걸리
이 막걸리를 먹게 된 것은 일전에 올렸던 생맥주를 고집하는 집 일명 생고집 공항시장역 생맥주집에 와이프와 함께 들렀다가 뭔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보이는 사장님이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내서였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신 사장님께서 추천하는 막걸리. 이건 맥주만 먹고 싶다가도 한병 나눠먹어보고 싶어지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는데 술을 마시기 전 설명도 해주셨으나 맛있게 먹고나서 집에서 찾아보니 역시나 보통 술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막걸리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근본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뭐냐면, 한국의 대표적인 술인 막걸리를 만드는데 막상 뒤집어 보면 외국산 쌀 외국산 밀 그리고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로 만들어내는 막걸리가 대다수 이기 때문. 말그대로 싸고 많이 먹기 위해서는 먹지만, 가끔 좋은 음식과 먹기 좋은 막걸리를 떠올려보라면 떠오르지 않는 이유가 이와같은 맥락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와지 쌀이란?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이 가와지 1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쌀은 무엇일까?? 그래서 찾아보았다.
1991년 일산 신도시 개발이 한창일 무렵 일산 대화동 일대 가와지 마을에서 볍씨가 발굴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의 이름을 딴 가와지볍씨는 5020년 이전 한국 반도 최초의 볍씨라는 연구결과를 얻게 되었으며 석기시대부터 한강 주변으로 벼농사가 이루어 졌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한다.
그러하기에 고양시에서 그 역사와 정체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고양에서만 재배를 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약 180ha 의 농지에서 1000톤의 가와지 쌀을 생산했다고 한다. 아직 먹어보지 않아서 쌀에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섣부를 수 있지만 찹쌀과 멥쌀의 중간정도의 찰기 그리고 일반 쌀에 비해 물을 1/10 정도 작게 잡으면 된다고 한다. 비교적 집에서 가까운 지역인 고양시에 이런 특별한 쌀이 있었다니 다음 쌀은 요놈으로 주문해봐야겠다. 그리고 더욱더 매력적이었던 사실은 이런 특별한 쌀을 이용하여 자신감있게 막걸리를 만들었다는 점. 그 동안 기성 막걸리에 가지고 있던 불만사항을 한방에 없애 주었던 근본있는 막걸리였다.
용량 : 500ml
도수 : 7.5 도
주조장 : 배다리도가
자세히보니 마스코트가 코가 붉게 취기오른 쌀인걸 보니 쌀 자체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술취한 모습을 보여주는것 같기도 하고, 공부하고 다시보니 새롭다.
1915년부터 6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주조장에서 제조를 한다고 한다. 고양시 주교동에서 '인근상회' 라는 이름으로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술을 빚어오고 있다는 주조장. 한국에서 근래 찾기 힘든 스피릿이다. 오랜 역사는 물론 대한민국 최초의 쌀이라 할 수 있는 가와지 쌀이 만나면 그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으리오. 이런 멋진 술을 추천해주신 사장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려본다.
안주는 너무 늦은시간에 도착해 추가주문이 되지 않았으나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그냥 내어주셨던 북어포 튀김.
그리고 마요네즈 간장 청양고추를 넣은 소스까지. 시원한 생맥주만 기대했건만 좋은 안주도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갈 때마다 술에 대해 배운다. 술의 유단론.
1단계부터 18단계 가지 술을 먹는 사람의 단수가 나뉘어져 있는 글이었는데, 나의 위치는 어디즈음 인가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음식을 먹을 적 음식의 맛을 돋우기 위해 술을 찾는 편이라 8단계 즈음의 반주가 나의 위치인가 싶었는데, 그 이상부터가 아주 시적인 표현으로 표현이 되어져 있어 괜히 욕심이 난다고 해야할까?
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여기까지가 딱 괜찮은 것 같다. 17단계 관주 18단계 폐주 부터는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여기서 부터는 거의 고인이 되어버리고 나서라고 생각하기에 반주와 낙주 사이의 그 어딘가의 레벨이 딱 적당하겠다 싶었다. 오랜만에 아주 괜찮은 막걸리를 알게되어 행복하다. 이런 술이 자주 나와주길 바래보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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