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공항시장역 일번지호프 레트로 생맥주 집
지인의 SNS 를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항시장역 맥주집 사진. 어디인지 가물가물했으나 검색의 민족인 한국인에게 이 공간을 찾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과거에는 그 어느 시장보다 호황을 누렸던 공항시장.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역이름이 공항시장일 만큼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다 문닫은 매장들 사이에 "생맥주를 고집하는 집" 이라는 타이틀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주 고집스러운 매장이 보였다. 사진으로 봤을 적 보다 실제로 이층 맥주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전으로 돌아간 기분마저 들었다. 자전거는 잠시 세워두고 매장으로 입장
사장님의 글씨에서 왠지모르는 고집이 느껴진다. 생맥주를 고집하는 집 일명 생고집 생맥주의 비결이 뭔가 살펴보니
100% 순 보리맥주 / 탄산조절 / 온도조절 등등 마실줄만 알았지 어떻게 더 맛있게 만드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공간이었고 스페인에서 유명한 이베리코 베요타 등급의 목살부위를 이용하여 안주를 만드시는게 메인메뉴로 보여졌던 입구. 나중에 사장님께 궁금해서 여쭤보았는데 이베리코 베요타 고기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블랙라벨 돼지고기를 사용하신다는 사실에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이 느껴졌던 부분이다.
지구본과 한국역사에 대한 책자 그리고 크게 붙여진 세계지도를 보니 한번도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사장님이 그려졌고 실제로 맥주한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어보니 낭만과 확고한 철학 그리고 자유로움을 갖고 계신 멋진 사장님이셨다. 추억의 만화영화 까치와 검정고무신 까지. 그리고 성냥과 담배재떨이까지. 이곳은 도대체 뭘까??
매장내부에 입장했다 시간은 오후 4시즈음 식사를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대였는지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꽤나 많은 중장년층의 남성분들이 혼자서 혹은 그룹을 지어 맥주와 안주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 사장님의 시로 보여지는 친구에 대한 시. 개인적으로 천상병 시인에 대한 글귀를 읽으며 그의 인생스토리가 스치운다. 소원이라면 집 한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던 시인. 아내가 벌어 온 수입으로 시를 써오다가 세상을 떠난 시인. 아름다운 시를 썼지만서도 그의 인생은 가족들과 자녀들이 보았을 때 시만큼 아름답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날 방문도 부업으로 한푼 이라도 더 벌려고 자전거를 타다가 마침 이 근방을 지날 적 생각나서 방문한 공간이니 말이다. 잡설이 길었다 시원한 맥주한잔 마시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고 더 잘 살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사장님께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생맥주를 마시는 요령
그냥 맥주가 맥주지 라는 생각으로 한잔 마셔보려 방문했는데, 맥주를 마시는 요령 그리고 양에 따른 맛의 차이까지 꼼꼼하게 적어두신 글귀를 읽어보니 이건 무조건 가이드라인을 따라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천천히 복기 하며 내용을 적어보자면, 아기를 재우듯 조심조심 잔을 들어야 한다. 탄산소는 효모가 당분을 소화시켜 만든 기체이기에 맥주의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 그런데 탄산소는 작은 충격에도 공기중으로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김빠진 맥주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조심히 들어서 조심히 마시는게 정답!
그리고 이건 몰랐던 사실인데 500cc 가 1000cc 보다 맛있다는 사실. 맥주를 마시는 동안 탄산이 공기중으로 증발하기에 딱 먹기 좋게 마시는 맥주의 양이 500cc라는 사실. 그렇다 독일 옥토버페스트에서 1L 잔에 맥주를 담아 마시다보면 끝맛은 탄산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밍밍한 맛이 되어 감성은 있지만 맛이 떨어졌던 기억이 오버랩되며 앞으로 500cc를 고수할 것을 마음먹어본다. 맥주를 마시면서 잔에 층층으 쌓였던 엔젤링을 사장님께서 보여주시며 다음에 일행과 오면 어떤 안주를 먹으면 좋은지 설명해주셨는데 참 감동이다.
메뉴를 보니 오골계유정란후라이 & 오골계유정란계란말이 / 오골계 자체도 생소한데 오골계의 알을 이용한 요리라던가 메인은 한식인데 그 재료들을 보면 트러플 이라던가 이베리코라던가 서양의 재료도 적절히 잘 사용하셔 만드시는 특선메뉴가 돋보인다. 사장님께서 궁중요리도 만든다고 하셨는데, 사실 육개장도 왕실에서 먹던 음식이 대중화된게 오늘날의 육개장이라는 사실. 원래는 소의 4부위로 정성스레 푹 고와내어 만드는 육개장이 문헌 속 육개장의 비결이라는 말씀을 주셔서 다음에 온다면 궁중요리나 이베리코 혹은 오골계란 요리를 먹어봐야지 마음먹어본다.
매장 안에 한민족의 우수성과 한식에 대해 적어둔 글귀를 보니 한국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 사장님의 성격을 미루어 볼 수 있었다. 한글의 위대함 뛰어난 지능지수 한강의 기적 IT 기술 그리고 올림픽 메달성적 나도 몰랐던 부분이지만 "그 사람이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을 만든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했던 글귀과 같은 메세지를 담은 사장님의 문구. 그래서 나도 사실 먹는것에 진심인 편이 있는데 이 글귀를 보며 사장님과 통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사장님께서 이베리코 돼지고기도 그냥 이베리코가 아니라는 설명을 더해주시며 직접 보여주었떤 이베리코 원육. 사실 사장님의 말을 듣는데 집중했고 제주도의 흑돼지와의 차이점 등등 정말 아는게 많으셨던 사장님이셨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시간이 나면 맛있는 맥주와 요리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는 공항시장 속 숨겨진 생고집 일번지호프.
매장을 운영하는 목적은 결국 수익창출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는데, 이 공간은 수익도 중요하지만 사장님의 낭만 그리고 철학까지 함께 담고 있어 기존의 어떤 맥주집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낭만을 담아 갈 수 있었다. 이런 식당 혹은 매장들이 없어지지 않고 오래오래 운영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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